너도나도 ‘패닉 바잉’에… 부동산 경매 몰수보증금 올 355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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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300건 이상… 작년엔 200건 안돼
한달 내 납부 잔금 마련 못하거나 실수로 낙찰가 높게 기입 사례도
“자금 계획 최대한 보수적으로”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양천구 A아파트 경매에 참가해 8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 받은 직장인 오모 씨(31)는 입찰보증금 4600만 원을 날릴 뻔했다. 낙찰 이후 대출을 알아보니 잔금을 내기에는 50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던 탓이다. 약 한 달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법원경매 특성상 돈을 더 구할 시간도 모자랐다. 다행히 낙찰일로부터 6일 후 매각 결정이 취소됐다. 기존 소유자가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채무 일부를 갚고, 법원에 강제매각 정지 신청을 한 덕분이다. 오 씨는 “일주일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말했다.

단기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법원경매에 도전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찰보증금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법원경매 전문 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8월 법원경매에서 몰수된 입찰보증금은 총 355억3129만 원(2173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집계가 덜 끝난 8월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법원이 문을 닫았던 3월을 제외하면 매달 몰수 건수가 300건을 넘겼다. 지난해까지 입찰보증금 몰수 건수는 한 달에 200건을 넘기는 일이 드물었다.

부동산 경매에 참가할 때는 보통 매각예정가(감정가의 80%)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낙찰되면 해당 보증금을 계약금으로 쓰고, 낙찰 받지 못하면 돌려주는 구조다. 만약 낙찰 이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낙찰가를 수기로 작성할 때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여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 계약이 파기되면 국가가 보증금을 몰수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급하게 경매 시장에 뛰어든 수요자들이 자금 고려 없이 낙찰가를 높게 썼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매로 낙찰 받은 매물은 각 은행별로 담보 대출의 기준이 감정가와 낙찰가, 시세 등으로 달라진다. 정확한 대출 기준과 대출액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낙찰 이후부터인 만큼 자금 조달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세워야 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 시장에는 ‘낙찰이 제일 쉽다’는 말이 있다”며 “자금 조달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마련할 수 있는 적정 금액을 정해두고 낙찰가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패닉바잉#부동산#경매#몰수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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